3교시 울트라맨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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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 오브, 울트라맨 지드, 울트라맨 타이가
‌저글러스 저글러+후쿠이데 케이+키리사키

‌라즈베리

* 뉴제네 울맨 본편과 무관한 스토리로 모닝 사바트 조의 쟈그라, 케이, 키리사키가 우연히 다른 세계의 모르는 고등학교에 떨어지면서 좌충우돌 학원 문화제에서 카페 다크빈즈의 커피를 파는 이야기
* 소설 내 나오는 커피 이름은 실제와 무관하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은 것


저글러는 여느 날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롭게 준비해서 가게 문을 열고 왔다. 언제나 카페 내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흘러간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니 한쪽 구석진 자리, 늘 같은 위치에 앉아 노트북을 켜서 타자 치는 후쿠이데 케이가 보인다. 사람들에게 일명 케이 선생이라 불리는 그는 유명한 인기 SF 소설가이다. 동시에 타락한 울트라맨 베리알의 부하이기도 한 스토룸 행성의 사람이지만 현재 지구에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카페 한구석을 점령하더니 아예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다크빈즈'는 저글러스 저글러가 사장으로 운영하는 카페로 다양한 커피와 스무디, 차 메뉴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게 '모닝 사바트'라는 이름의 오리지널 커피가 있다. 약간 블랙과 카푸치노를 조합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큰 특징인데 저글러, 케이, 키리사키 셋이 직접 개발한 것이다. 이걸로 전국 커피 대회에서도 1위 해서 특허를 받았다나, 뭐라나- 게다가 모닝 사바트는 이 세 사람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저글러가 운영하는 다크빈즈 카페에 단골 손님들이 많이 찾아들면서 이들한테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단어였다. 종종 커피를 마시러 찾아드는 가이가 어둠의 외계인들이라고 마구 놀려댔지만 뭐 그렇다. 아무튼 저글러는 슬슬 앞치마를 맨 채 본격 커피 드립(커피 추출물을 내리는 것)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산더미처럼 밀린 원고 마감을 하고 있느라 창작 고통에 시달린 케이에게 달콤한 치즈 케익과 함께 갖다주었다.

"나 아직 주문 안 했는데?"

"괜찮아~ 괜찮아~ 항상 먹던 거니까- 어차피 나중에 갈 때 계산만 제대로 해주면 되"

"언제나 감사하지"

"우유 잔뜩 넣어서 언제든 리필해줄테니까 제발, 적어도 여기서 난리 피우지마~ 창작의 고통이든 뭐든 좋은데 폭주하는 건 적당히 해둬"

"알겠어"

휴우,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먹나 싶어서 한숨을 돌린 저글러가 이번에는 키리사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얘는 대체 카페에서 아까부터 계속 뭘 하길래 평소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인가 싶었다. 머리 끄트머리에 푸른 브릿지가 염색된 뒷모습이 보였다. 엄청 츳코미 못 걸어 안달한 녀석이 왠일인걸까 했더니 아니 한구석에 쳐박혀서 또 뭐하는거야? 미간을 좁히면서 가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손님들 자리 받아야 된다고 비키라고 한소리 하러 갔다. 혼자 데이터로 뭘 하는듯 하였다. 어째 오늘 좀 이상하다 했다.

"어이, 야~ 너 대체 뭘 만드는거야?"

"그런게 있어"

"그런게 뭔데? 매드 사이언스-!!"

그렇다. 이 녀석을 잠시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매드 사이언스인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과학자이긴 한데 자기 연구에 미친 과학자다. 도덕적 윤리의 범주를 넘어 그 선을 넘어버린 악마라는 것을 다시금 이해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또 뭘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그거 뭐냐? 위험한 건 아니지?"

"완성!"

"사람 말 좀 들어!"

슬슬 참는 것도 한계인 만큼 짜증이 밀려왔다. 거기서 적당히 하지 않으면 정말 카페 일이고 뭐고 자신이 먼저 폭팔할지도 몰랐다. 역시나 타락한 울트라맨 트레기어! 카페 일이나 도울 것이지.. 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헝클어뜨린 저글러가 다시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키리사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글러- 이번에 아주 굉장한 발명품을 만들어냈는걸"

"그 놈의 미친 연구 짓도 작작 해라"

"저글러! 케이 선생! 이게 뭔지 알아?"

"오호- 너 쓸데없는 거 하면 저 녀석 정말 폭팔할지도 몰라~ 난 책임 안 진다?!"

"글쎄- 해보지 않곤 모르잖아?"

"가이같은 말 하지마라~ 불안하거든"

케이나 키리사키나 둘 다 이럴 땐 꼭 누굴 생각나게 만든다. 쿠레나이 가이라고, 절대 떠올리기도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그 이름과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왠지 위험한 느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그냥 단순히 아니라 꽤나 그런 기분이다. 계속 위험해, 위험해- 중얼거리던 그때 키리사키는 자신이 만든 발명품의 스위치를 꾹 눌렀다. 그러자 보랏빛과 검은빛이 섞인 광륜이 모이면서 다른 이차원 세계를 이어주는 시공간 웜홀이 생성됐다.

으아아아아-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키리사키가 멋대로 스위치를 눌러버리는 바람에 저글러와 케이까지 전부 이 알 수 없는 공간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갔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이 공간이 빠르게 회전하여 돌았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회오리치는 공간 안에서 미처 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채 한동안 계속 공간이 빙글빙글 돌더니 잠시 후 멈췄다.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땐 웅성거리는 복잡한 소리가 들려와 주변을 살펴보니까 왠 낯선 곳이었다. '여긴 어디지?' 저글러가 그리 혼잣말을 할 즈음, 케이와 키리사키도 차례대로 눈을 떠 일어났다.

저글러는 하나 둘 머리를 짚고서 일어난 둘을 보다가 츤츤거리면서 괜찮냐는 말을 했다. 그래도 이들을 챙겨주는 것은 나 밖에 없다며 조금 허세를 부린 표정이 그대로 역력하였다. '원고 작업하다가 이게 왠 봉변이야.. 어서 마감해서 편집장한테 제출해야 된다고-' 케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시 저글러가 뒤돌아 너 때문에 이게 뭔 짓거리냐고 따져 물으려는데 키리사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사선 방향으로 기울인 채 키득키득 웃었다.

"어라? 둘 다 교복 입고 있는데?"

"뭐라고?"

이구동성이 되어 대답한 두 사람이 얼굴을 숙여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어째서 교복 차림이 되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블레이저 교복을 입은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혀서 더 반박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저글러는 크게 성을 내고 말았고 키리사키는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였다. 하지만 데이터의 결과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하루 커피 500잔을 팔지 않으면 원래 세계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는데?' 원인 제공을 한 주제에 저는 별 상관없다는 식의 태연자약한 태도를 보자 저글러는 그만 화가 났다. '그렇긴 뭘 그렇다는거야? 아니 애초에 네가 먼저 벌인 일이잖아!' 케이가 어찌저찌 옆에서 뜯어말린 다음에야 ──베리알 폐하를 부르겠다면서 반협박했다── 무슨 게임 미션하는 것도 아니고 커피를 하루에 500잔을 모두 팔아야 된다니 정말 최악이다.

어쨌든 일단 상황이 상황인 터라 어쩔 수 없이 근처 모르는 고등학교를 찾아갈 수 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소리가 들려오는 데로 향해 걸었다. 때마침 학원 문화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저마다 축제로 들떠 있었다. 교복을 보니까 저 고등학교와 같은 교복인 듯 해서 여기서 최대한 자연스레 어울려 문화제에서 카페 다크빈즈를 운영하기로 정했다.

500잔을 모두 다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저글러는 지금 빨리 커피를 내려 후딱 일을 해치우고 오직 원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성질을 억누른 그가 어느 한 부스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리스타부인 것 같아서 여기라면 괜찮겠지 싶어 쳐다보고 있으니까 앞의 어떤 학생이 그를 불렀다.

저글러 부장! 케이 선배, 키리사키 선배! 하고 그들의 이름을 부른 여학생 2명이 어서 준비를 해야 된다면서 옷 소매를 잡아 이끌었다. 오늘 처음 봤는데 조금 의아했지만 곧 깨달았다. 이 세계로 떨어지면서 생긴 버프 비슷한 능력이 발동하여 자연스레 이 학교 학생이 된 설정이다. 전혀 모르는 고등학교였지만 뭐 별 수 있나, 얼떨결에 저글러스 저글러, 후쿠이데 케이, 키리사키 세 사람은 그렇게 바리스타 동아리의 부스 참가로 문화제를 즐기게 되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시작되어버린 문화제의 스타트가 알리면서 커피 500잔 팔기 미션 아닌 미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버렸다. 앞의 커다란 부스 간판에는 다크빈즈 글씨와 함께 예쁜 색깔들이 디자인 되어 있었다. 아, 슬슬 머리 아파져 온다. 이런 거 절대 익숙하지 않은데.. 하지만 애초에 이 모든 건 키리사키 탓에 이렇게 되버린 것도 있고 지금 와서 여러가지 원망을 해봤자 후회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 그래, 지금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겠다. 그게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 생각하면서 저글러는 케이와 키리사키 쪽을 향해 돌아봤을 땐 하마터면 또 다시 한번 울컥할 뻔 했다.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 거냐고! 진짜 새 신발도 안 신었는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게스트들한테 팔아야 되는데 개시 전에 벌써부터 뭘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확 짜증이 일었다. 깊은 내부 안 어딘가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고 억눌러 애써 미소를 지었다.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 쓴웃음 지은 채 좋은 말을 해가며 키리사키한텐 저 다크빈즈 스티커가 붙여진 풍선을 들고 가 홍보하라고 시켰다. 물론 케이한테는 옆에서 본인을 보조하도록 하였다.

내가 왜 조수냐며 나는 오직 베리알님의 명령만 따른다, 뭐다 어쩌고 저쩌고 자꾸 베리알 이름 들먹이길래 원래 세계에 돌아가면 앞으로 카페 안에 발끝도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니까 그제서야 씩씩대던 케이가 급 조용해졌다. 둘 다 각자 자신이 맡은 담당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됐으나 우선 지금은 그저 넘어갔다. 뭐, 아주 큰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었다. 아니 다행으로 삼아야 했다.

나름대로는 대성황이랄까- 저글러네 다크빈즈 부스 인기가 다른 부스에 비해 엄청난 인기를 얻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찾았다. 여담이지만 커피는 당연히 '모닝 사바트' 라고 명칭을 지은 다크빈즈만의 오리지널 커피였다. 이 정도면 500잔 따위 정돈 가볍게 넘길 것 같아 매우 만족이었다. 그러나 아직 100잔하고도 조금 밖에 나가지 않았다.

500잔이 되려면 한참 턱없이 많이 모자랐다. 아직도 400잔을 더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 머릿 속을 가득 지배한 카오스가 마구 이리저리 요동쳤다. 살짝 초조해진 저글러는 다시 속으로 가만히 다짐을 하며 지금 이 분위기를 이용해 기세를 몰아갔다. 그렇지만 그건 아주 잠시동안의 작고 평범한 행복이었을까 싶은 마음이다. 이게 환상이나 꿈이라면 절대,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불과 아까 전, 겨우 억지로 참고 넘어갔더니만 이번에는 케이가 계속 옆에 있으면서 바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일을 돕긴 커녕, 손님들에게 팔 와플을 하나씩 집어먹는다. 하얀 휘핑크림과 애플시럽이 가득 든 달콤한 와플이 맛있기야 하지만 지금은 커피 500잔 채우기도 바빠죽겠는데 오히려 일을 더 벌리고 있다. 게다가 또 저 앞에선 가이를 마주해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하기 귀찮아졌다.

그 옆으론 아사쿠라 리쿠와 쿠도 히로유키의 모습도 보였다. 이쪽도 교복 입은 걸 보아하니 우리처럼 뭔 사건에 휘말려 모르는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건가 싶다. 오브, 지드, 타이가, 아이러니하게도 뉴제네 울트라맨 변신자 셋이 모여있다. 역시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왜 하필 이 세계에서 마저 마주쳐야 하는건데! 그는 쯧, 하고 혀를 찼다.

도대체 여긴 왜 왔냐는 그의 말에 가이 대신 히로유키가 다크빈즈로 가는 도중 우연히 카페 안에서 일어난 기묘한 폭풍에 휘말려져 버렸다고 말했다. 아, 그러니까 결론은 쟤네들도 키리사키가 만든 출처를 알 수 없는 발명품의 스위치를 눌러대어 이번 사건에 모두 휘말려져버렸다는 셈이라는 거다.

혹시 여기 올 때 주위에 지나치면서 홍보 담당 중인 키리사키를 본 적 없냐고 물으니까 가이가 저쪽에서 사람들한테 풍선 나눠주고 있긴 한데 아마 보면 좀 놀랄 걸, 같은 말을 했다. 저글러는 순간 으악, 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결국 더 참지 못한 그가 케이와 다른 학생 한명을 불러다 잠시 맡겨놓은 뒤 곧 광기 어린 녀석을 찾아나섰다.

"키리사키- 너 거기서 뭐해?"

"보면 몰라? 풍선 나눠주잖아"

"풍선 나눠주고 왜 터뜨려? 사람들 놀라는 거 안 보여? 너 혼자 즐거우면 다냐? 내가 부스 홍보하랬지, 광기 부리라고 했어? 어이, 어이, 광기는 놀이공원이나 가서 피에로 분장이나 하고 해라"

"자, 쟈그 군도 이거 줄께"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마! 이봐~ 좀 진지하게 하라고!! 하여튼.. 이 놈이나 저 놈이나-"

허구한 날 케이한테 장난쳤다가 서로 싸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게 다소 위안이 되었을 뿐이다. 어쨌든 기분 상할대로 상해버린 저글러는 그냥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괜히 신경 쓰면 또 귀찮아질 것이 뻔하니까 굳이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헤에- 저글러.. 삐졌네' 나지막히 중얼거린 키리사키가 다시 사람들에게 하나씩 풍선을 나눠주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아까보단 조금 진지해진 눈빛이다.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지만 웃음기는 없었다.

한편, 부스로 돌아온 저글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제 할 일만 집중하였다. 그의 표정에서 다소 위화감을 느낀 케이도 입을 닫았다. 분명 또 삐졌다며 가이가 한소리 하자 저글러는 찌릿 노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키리사키 녀석 때문에 기분 안 좋은 상태니까 건들지 마라는 말을 하고 있음이 얼굴에 분명히 들어난 걸 무려 수천 년 동안 함께 지내온 가이가 결코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나름 기분 풀어주기 위해 열심히 달래주었다. 이쪽이 좀 조용해지니 이번엔 케이와 리쿠가 투닥거리고 있길래 중간에서 이들을 지켜보다 못해 곤란해진 히로유키가 어떻게 두 사람을 말리느라 잔뜩 혼이 난 상태다.

점심 시간이 넘어가자 아침에 그토록 꽤 몰렸던 사람들이 다소 한산해졌다. 그러다가 차츰 점심을 먹을 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자 아침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왠지 여느 날에 비해 더 정신없이 바쁜 하루인 것 같은 느낌이다. 케이도 키리사키도 모두 진지해진건지 제대로 일을 하는 모양이었으며 놀러온 가이네들도 부스에서 도우미로 도와주고 있었다. 처음엔 싫다고 손사래를 친 채 완강히 거부하던 저글러였으나 내심 사실은 은근 그렇지 않은 듯 하였다.

그 후 시간이 조금 더 흘러갔다. 저녁이 다가오는지 어느 새 붉은 노을 어스름이 진다. 그러니까 너무나 자연스레 석양의 떠돌이가 연상되어버려 저글러는 그만 기분이 나빠졌다. 이제 다른 부스들도 전부 하나 둘씩 부스를 접고 정리하는 듯 하였다. 다사다난했던 문화제도 슬슬 끝나간다. 일단 정산표를 확인하니까 확실히 정확하게 500잔을 전부 채웠다.

원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울트라맨이든 빌런이든 상관하지 않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가 괜시리 모두 머쓱해졌다. 그런데 말야.. 우리, 어떻게 돌아가? 이걸 증명할게 있어? 라는 케이의 말에 모두 할 말이 없어진 그들 사이로 키리사키가 다시 발명품을 슥 꺼냈다.

뭐, 이것저것 만져보다 보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장난감 조립하듯 여기저기 부품을 만져보았다. '그, 또 위험하게 이상한 거 하지말고 정산표를 데이터에 인식시켜봐~ 그럼 혹시 아냐?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라면서 저글러가 건네준 정산표를 데이터에 인식시키자 뭔가 자동으로 지잉, 울리면서 효과음이 났다.

어? 어어? 아까 전과 같은 회오리바람 비슷한 폭풍이 일어나 웜홀같은 공간이 생성된다. 블랙홀처럼 빠르게 스르륵 빨려들어간 이들이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 순간 원래 세계에 되돌아와 있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 카페 다크빈즈가 보인다. 키리사키가 특유의 차가운 미소를 흘린 채 손가락을 들어 저글러의 어깨를 톡톡 쳤다.

"솔직히 말해봐~ 아까 삐졌지?"

"아냐~ 안 삐졌어"

"에이, 딱 봐도 삐진게 보이는 걸"

"아니거든"

"오호- 다크빈즈의 악덕 사장 인격 나오는군"

"아, 안 삐졌다니까! 적당히 하라고 했다?!"

키리사키에 이어 케이까지 아예 거들고 나섰다. 저글러의 마음 속에서 폭팔음이 일어난다. 거기다 가이 역시 공감한다는 듯 자신한테 츳코미를 날리자 더욱 성질이 치밀어올랐다. 이제 좀 조용해졌나 싶은 주변이 채 얼마 가지 못하고 금세 시끄러워졌다. 지금 누구 때문에 이 난리인건데, 키리사키──

"훗- 정말 솔직하지 못해선.. 뭐, 그래도 모르는 고등학교에서의 일은 재밌었잖아?!"

"시끄러워~ 전혀, 하나도 재미없었거든! 최악이다!"

모르는 고등학교의 일이라.. 두번 다신 키리사키와 후쿠이데 케이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싶진 않았지만 뭐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조금 특별한 경험 했다 치고, 저글러스 저글러는 이내 성질을 억누른 채 카페 규칙을 새롭게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먼저 다크빈즈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키리사키와 케이 일행이 그를 뒤따라 다크빈즈로 가는 길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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